shall we dance ?
때는 바야흐로 2002년 3월 어느날
삶이 지루하고 틀에 박힌 하루, 다람쥐
쳇바퀴 돌듯하는 일상이 싫증나던 때이다
그때 같은 아파트에 친형과 이모네 가족이 살았다.
친형이 수학교사였는데 상고로 옮겨서 여유가 생겼다고 댄스스포츠를 배우고 싶다고 해서
마침 회사동기 옆지기가 무용학원을 한다고 했더니 같이 가서 소개좀 해달라기에 형과 함께 무심결에 따라 나섰다. 형이 3개월치 학원비를 호기롭게 결재하고 내게 너는? 하길래 얼떨결에 그럼 나도 한 달만 해볼까 하고 덜컥 학원비를 결재를 했다.이거 무슨 배짱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런데 웬걸 첫날부터 곤란한 일이 벌어졌다.첫 강습날 난생처음 대학교앞 무용학원에 들어서는데 대학생쯤 되는 쭉쭉빵빵 여학생들이 검정 타이즈에 핫팬티를 입고 야시시하게 재즈댄스를 연습하고 있는거다. 눈을 어디에 둬야할지 몰라 안절부절 얼굴은 홍당무가 되어 출입구 한쪽 구석에 꾸어다 놓은 쌀가마니 마냥 숫기가 없어 플로어 가운데로 나서지도 못하고 엉거주춤 서 있었다. 괜히 등록했나하는 마음에
후회막급이었다. 그래도 한 달치 학원비 냈으니 눈 딱감고 다니자 하는근거없는 자신감이 넘치는 스스로에게
놀라게 되더라구요
그렇게 일주일을 다니니 이제 쭉쭉빵빵 여대생들이 있든말든 댄스스포츠 수업 시작전까지 자이브 샤시(자세)를 하나씩 머리속에 그리며 플로어에서 연습하는 내 자신의 당당함에
깜짝 놀라게 되더라구요
댄스스포츠 수강생 여덜 명중에 남자는 형과 나 단둘이고
여자는 여대생 둘에 아가씨 둘 그리고 30대에서 40대 아줌마들이 두명이었다.
남자가 적다 보니 나는 남자쪽 춤 샤시(자세,위치)만 알면 되는데 남은 여자들은 남녀 짝이 안맞으니
때론 남자샤시 여자샤시을 해야하니 헷갈려서
힘들어 했다
그러다 보니 남자랑 짝이 되는걸 은근히 바랬고 나나 형이 안나오면 무슨 일 있는지 궁금해지는 인기남이 되어서
3개월 가까이 그 좋아하는 술약속도 모두 댄스스포츠 끝나는 시간으로 잡던지 하다보니
술자리하고 멀어지고 춤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다. 미지의 여자들과 손잡고 춤추는 맛이 술자리 보다 더 좋았던듯 싶다.
집에 돌아오면 자이브 룸바 차차차 동영상과 해당 배경음악을 컴퓨터로 다운받아 놓고
형 이모까지 집으로 불러 시간 가는줄 모르고 그날 배운걸 복습하는 열정이 나도 모르게불타올랐다.
잘려고 침대에 누우면 천장에 댄스스포츠 샤시가 그려지고
직장에서도 퇴근길에도 라디오에 음악만 나와도 자이브리듬인지 룸바리듬인지차차차리듬인지 파악하는 버릇이 생길 정도로 머리엔 온통 춤생각만 가득했었다.
그러다 보니 운동신경 둔한 몸치가 그 당시 인기있었던 영화 "shall we dance" 영화속 주인공처럼
느껴지기까지 했다. 평소 내성적이고 남앞에 나서기 꺼리던
내가 회사 직원들 송년회때 나의 댄스스포츠 선생님이신 직장동기 옆지기랑 짝이 되어
즉석에서 자이브를 신나게 추었으니 나 스스로 놀랄일이다
그 덕에 나는 내 안에 잠재되어 있던 끼와 열정도 발산되어 알 수 있었고
스스로를 별로 멋도 없고 잘하는 것도 없는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이제 자신감도 생기고 하는 부수적인 효과도
얻을 수 있었다. 그렇게 3개월의 수강기간 동안 자이브 룸바, 차차차 까지 기본과정을 마치게 되었다. 이후엔 옆지기를 꼬드겨 대학교 평생교육원에 개설된 부부 댄스스포츠반에 들어서 지터박, 블루스를 배웠는데 워낙 흥미없어 하는 옆지기를 억지춘향식으로 같이 하려니 힘들어서 한학기를 끝으로 마치게 되었다.
작작밴 회원님들도 내면에 잠자는 자기안의 열정을 깨우고 싶지 않으신가요?
자 우리 같이 shall we dance ?
영화속 주인공이 되어 보는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