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복
양복/ 손주용
나이테 굵어질수록
자꾸만 뒤쳐지는
마라톤같은 인생길
허파에 찬 바람 꿈틀하던 날
지난 이야기 야금야금 좀먹지 않도록
닳아진 옷깃 사이 스며든 좀약처럼
옷장 깊숙이 걸려있는
빛나는 낡은 양복 한 벌
보푸라기 같은 이야기 폴폴 풀려나온다
학사모 쓰기 전
번듯한 대기업 취직했다
나락 공판한 선불금으로
어깨 뽕 잔뜩 들어간 양복
상장으로 입혀 주시던 아버지
강산이 돌고 돌아 서릿발 내리는 그 길
별빛이 인도하는 하루를 열며
가장이라는 이름표 달고 출근하는 아들
여명 빛 볼그레한 얼굴로
손 흔들며 마중해주시는 당신
잘 견디어 왔노라
대견하다 칭찬 들으며
아버지에게
상장 받고 싶은 날
생고기회 안주 삼아
맑은 눈물 한잔 올린다.
2017.03.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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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주용님의 양복]
손주용님의 시 양복은 삶을 상징하면서 그 삶을 가정의 경제를 책임지기 전 삶과 가정의 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가장의 삶으로 상징하고 그 상징의 이미지를 이중구조화하고 있습니다
그 이미지가 바로 아버지로 부터 받은 상장이고 그 상장이 가정의 경제를 책임지는 역할을 하는 시기에는 가장으로 이미지화 했습니다. 그런 양복을 가지고 화자의 삶 뿐만 아니라 아버지의 삶과 어머니의 이미지 까지 그려주면서 다의적 삶을 상징하므로 인하여 상징의 진수를 창작해 놓았습니다. 또한 그려주는 시구의 은유적 표현도 극치를 이루어 시의 맛을 제대로느끼게 하고 있습니다.<마라톤같은 인생길><보푸라기 같은 이야기 폴폴 풀려나온다><상장으로 입혀 주시던 아버지><상장 받고 싶은 날 맑은 눈물 한잔 올린다.>등 의 시구는 그야말로 상상의 획장을 주는 은유적 표현입니다. 아마도 상장 받고 싶은 날 맑은 눈물 한 잔 올린다는 이버지 기일과 맑은 눈물 = 맑은 술 (소주)의 형상화가 아닐까 하고 상상을 확장해 보면서 그 기일에 아버지 상장 그 오래됀 양복을 입고 제향을 올리는 모습까지도 상상을 유도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