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에 와닿는 시 글 담기

가끔은 사치도 삶에 활력이 된다

수채화같은 삶 2004. 7. 21. 11:05

지난주 토욜엔 중학교 친구들과 족구를 하기로 했는데 계속해서 장대비가 내린다

진북동 작은방 월세계약을 하고 나오는데 현찬이에게 전화가 왔다

비가 와도 하고 싶다는 거였다. 그래 비맞으면서 소꼽친구와 하는 운동도 좋겠다 실었다.

사실 난 운동에 컴플렉스가 있어서 무조건 피하고 싶어하는데 작년 중학교 모임의 친구들과 주말에 하던 족구부터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비록 운동실력은 없지만 시작이 반이라고 마음가짐은 최고가 되고 싶었다

운동회날 설레는 기분으로 이전 지점에 근무할때 단체로 맞춘 파란색 축구유니폼에다가 김제지점 근무시 장만한 축구화를 신고 내리쬐는 태양을 의식해 썬크림까지 바르고서 서곡지구 체련공원으로 나갔다

지금까지 우리 팀이 4전 전승인데 뒷풀이때 친구들 하는 얘기가 유일하게 내가 유니폼을 다 갖추고 나오길래 정말 운동을 잘 하는줄 알았단다.

내 유니폼이 상대팀의 기를 죽였다고 경기에 이긴것은 다 내 공로가 크다고 한다.

칭찬받는 어린 아이처럼 어찌나 우쭐 하던지 하던 기억이 난다.

정예멤버 6명이 빠지지 못하도록 하나씩 임무를 준다 강기는 막거리 영복이는 장소선점임무를 나는 네트와 축구공을 노식이는 묵은김치 현찬이는 두부를 성희는 젓가락과 컵 등 기타 안주를 준비하는 일이다

정말 누구 하나 빠지면 경기가 안된다. 작년 더운 날씨에 두부에 묵은김치를 싸서 한잎 넣고  막거리 한잔 기울이던 추억을 잊을 수 없다

올해도 그런 추억을 만들고 싶었는데 강기가 올해 평택으로 전출을 가는 바람에

대신 나오기로 한 경선이가 폭우땜에 비상대기라 어쩔 수 없이 그 뒤에 예정된

노식이의 가게에 모여서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전개소를 축하하는 술판을 벌이기로 했다.

집에 돌아오니 아내가 다다음주에 예정된 장인의 칠순기념으로 롯데백화점에 모시고 가서 옷을 사 드리기로 했단다.

마트나 백화점만 가면 조아라 하는 애들을 태우고 처가집에 들러 장인장모님을 모시고 롯데백화점으로 향했는데 입구부터 밀려서 주차까지 40여분이 걸린것 같았다

경기가 어렵다고 해도 역시 돈은 모이는 대로 모여든다고 잘 사는 사람도 엄청 많은 모양이다

다음날까지 여름세일이 있어서 그런 모양이기도 했다.

백화점카드를 아는사람 부턱에 만들어 놓고 장롱속에 처박아 놨는데 카드결제금액에 대해서만 상품권을 준다고 아니 아내가 롯데카드를 쓰고 싶어했다.

장인어른 양복과 넥타이 와이셔츠를 로가디스에서 사고 나니 50만원정도 결재가 되었다

가던 날이 장날이라 신고 있던 내 샌달 밑창이 너덜 거려서 그걸 사러 신발매장에 가니 보통 6~7만원 하는게 아닌가....

평상시 같으면 시장통에서 만우너짜리 샌달을 신었을 법한데 그냥 오늘은 큰 맘먹고 여기서 사기로 했다 난생 6만원짜리 샌달을 내 돈주고 사기는 첨이었다.

아내와의 오래전 약속이 있고해서 여성속옷 매장으로 갔다

속옷을 골라 입어 보고 잇는 사이 장모님이 브레지어를 집어 들고 얼마냐 물으니 7만원이라는 여점원의 말에 촌로의 입장에서 적지아니 놀라신 모양이다

속옷 두세개 샀는데 십만원이 넘었다.

오랜만에 입어보는 메이커 속옷이어서 그런지 입에 침이 마르도록 메이커는 정말 좋더라구 칭찬 일생이다. 내입가엔 미안함에 씁쓸한 웃음만 나온다.

그래 내 분수를 벗어나지 않는다면 때로는 작은 사치로도 이렇게 행복해 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나 내 우너칙에 충실하려는 나 땜에 정작 나는 내 생활습관이라 아끼고 아끼는 생활에 적응이 쉬웠지만 상대적으로 넉넉한 가정에서 자란

아내는 힘들었을거란 생각이 든다.

이럴때면 나의 고지식함에 검소함 땜에 나와 생활방식이 다른 사람이 겪었을 불편이나 비아냥이 가끔 가슴에 상처를 남기기도 했던 기억이 난다

그래도 내 뜻을 따라준 아내 덕분에 이만큼 사는 건 아닌가 하는 고마운 마음뿐이다

앞으로도 이런 작은 사치를 가끔 삶에 이벤트로 만들어 볼 작정이다.

작은 것에도 기뻐할 수 있는 삶은 진정 아름답다.

기대하시라